드림카 스토리

Story of Dreamcar

마음으로 소리찾기 주성태씨 이야기

  • 2023.04.20
드림카 46호 주인공 주성태씨 이야기 제목 : 마음으로 소리찾기 장애유형 : 청각장애, 요루장애 수리내역 : 엔진라이닝, 뒷라이닝 교환, 타이어 교환 등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기대감으로 시끌벅적한 도시 속, 유난히 조용해서 편안했던 드림카 46호의 주인공 주성태씨의 댁을 찾았습니다. 서로를 이해하려 온 마음으로 ‘귀 기울여’ 집중했던 시간. 마음으로 듣는 그의 세상 이야기가 궁금합니다.#어머니와 나 “ 더 크게 말씀해 주세요.”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주성태씨는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좀 더 가까이에서 잘 듣기 위해 자세를 고쳐 앉았습니다. 키보드, 스마트폰으로 멀리서도 너무나 빠르고 가볍게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요즘, 주성태씨와의 대화는 조금 느리지만 가볍지 않게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주성태씨의 청각장애는 유전으로, 3남 2녀 중 셋째인 주성태씨와 넷째, 다섯째 동생 모두가 청각장애라고 합니다. 어머니의 청각이 점점 나빠져 결국에는 거의 듣지 못하게 되었던 것처럼, 그 역시 점점 세상의 소리와 멀어지고 있습니다. 평생을 청각장애를 갖고 살아온 어머니의 삶을 곁에서 지켜보았기에 귀가 잘 안들린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본인의 장애가 아들에게 유전된 것 같아 항상 마음 아파했었던 어머니. 하지만,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의지하며 살 수 있어 행복했다고  회상합니다. “ 어머니와 대화가 많았던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눈빛만으로, 작은 행동 하나로 모든 것이 통했다고 할까요? 의사소통에 불편함은 없었어요. 꼭 청각장애 때문이 아니라, 다들 그렇지 않나요? 가족이니까요.^^” 어머니와 함께 살던 그 때가 그립다는 듯 잠시 정적이 흐릅니다.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어 더 애틋해지는 어머니. 2008년 노환으로 돌아가신 후 지금은 어머니와 함께 살던 그 공간에 주성태씨 혼자 남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과 점점 이야기 할 시간이 줄어들 때, 밥을 혼자 먹을 때... 그럴 때 문득문득 생각이 나요. 옆에 항상 계실 줄 알았던 어머니였으니까요. 이젠 정말 조용한 세상이죠.”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지만, 아직은 이 고요함이 익숙하지 않아 컴퓨터와 TV를 언제나 틀어놓습니다. 항상 큰 소리가 나는 스포츠 경기장면을 좋아한다고 하는데요, 그냥 틀어놓으면 잘 들리지 않고, 이웃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소리를 증폭시켜주는 헤드셋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컴퓨터와 TV로 정보를 익히고, 세상의 소식을 접할 때가 가장 재미있어요. 특히 스포츠는 정말 재미있어요. 내가 못해서 그런가? 하하하.” 지금은 컴퓨터와 TV를 통해 세상과 만나고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지금처럼 세상과 멀리 있었던 건 아니라는 주성태씨. #내겐 너무 조용한 세상 “ 태어날 때부터 안 들린 것은 아니었어요. 서른 살쯤인가 그 때부터 서서히 안 들리기 시작했죠. 그래서 수화를 배우지도 못했어요. 그냥 크게 듣고, 얘기해요.” 청각장애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던 시절, 직장에서 사람들이 이야기할 때 왜 자꾸 다른 소리를 하냐고 자주 물었다고 합니다. 그 때부터 점차 ‘아 내가 귀가 안 들리는구나...’ 했었다고. 바로 옆에 있는 핸드폰 벨소리도 들리지 않아 수시로 전화가 와 있는지 확인해본다는 주성태씨. 통화가 어렵기 때문에 문자로 연락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귀가 점점 안 들리면서부터 사회와도 멀어져 갔습니다. “ 안들리니까 대화가 어렵고... 그러니까 친구들도 멀어지고, 직장도 다닐 수 없고... 지금 딱히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는 없어요.” 주성태씨의 귀에서만 점점 작아진 세상의 소리, 주성태씨의 세상도 자꾸만 좁아지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웃음을 찾으며 긍정적으로 세상에 다시 다가가려고 노력했습니다. “ 교회에 다녔는데 처음에 다 같이 일어서서 기도 하잖아요. 기도하는데 목사님 말씀이 하나도 안 들리는 거예요. 나중에 보니까 나 혼자 서있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은 다 앉아있는데...(웃음) 복지관에서 하는 행사에 가면 다른 사람들은 다 웃는데 저는 안 웃어요. 저는 그게 웃겨서 웃죠. 하하.” 주성태씨에게는 너무나 조용한 세상이지만, 그 속에서 웃음을 찾으며 긍정적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또 다른 아픔이 있습니다.#불편하지만 불행하지 않았던 그 시절 청각장애 외에도 요루 장애를 가지고 있는 주성태씨. “ 폐결핵에 걸렸었는데 치료를 제 때 못 받아서 결핵균들이 신장으로 내려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후유증으로 수술 받고 요루장애를 가지게 되었어요.”비장애인들에게는 생소한 요루주머니도 직접 보여줍니다. 맞춤으로 직접 제작해 쓰고 있다는 요루주머니는 신체의 일부이기에 더 아끼고 소중하게 다룹니다. 요루주머니는 주성태씨가 스티커와 비닐을 따로 구입해 직접 개조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요루주머니를 차게 된 후, 불편함은 있지만 불편을 불행으로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주성태씨. 청각장애가 진행되기 전까지는 직장생활도 하고 친구들과 여행도 떠나던 활달한 청년이었습니다. 하지만 청각장애와 함께 찾아온 관절염과 피부병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습니다. 육체적 고통이 정신적으로도 힘들어서 일까요 현재는 우울증 약도 복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 관절염이 있어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독한 관절염 약이 신장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조절하면서 먹고 있어요. 고혈압, 고지혈증, 골다공증... 약만 한가득이네요, 하하.” 온갖 종류의 약이 한가득 담겨있는 바구니에서 꺼내온 조그마한 알약들이 주성태씨의 고단한 삶의 무게만큼 무겁게 느껴집니다. 그런 주성태씨의 삶의 무게를 덜어주는 건 다름 아닌 그의 소중한 자동차입니다.# 46호 드림카 이야기 “제 어렸을 때 꿈이요, 운전하는 사람이었어요!” 어렸을 때 꿈을 묻는 질문에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운전하는 사람’이라고 대답합니다. “ 어렸을 때, 커서 뭐하고 싶냐고 어른들이 물어보면 운전하는 버스기사나 트럭 운전기사가 되고 싶다고 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생각하면저는 꿈을 이룬 거네요.(웃음) 운전을 할 때면 아무런 근심 걱정이 안 들어 마음이 참 편안해요. 저에게는 정말 운전을 하는 게 꿈만 같은 일이에요.” 대중교통 이용이 많이 불편하기 때문에 중고차를 구입하고 하늘을 날 듯 기뻤다는 주성태씨.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요루 주머니가 터지거나 샜을 때, 사람들의 눈빛과 표정이 아직까지 상처로 남아있다고 합니다. 병원 치료와 복지관의 프로그램을 이용할 때 뿐만 아니라, 장을 보는 등 모든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자동차, 주성태씨에게는 어린 시절 꿈꿔왔던 소망이자, 지금은 없어서는 안 될 인생의 큰 부분입니다. 수리된 자동차를 살펴보는 주성태씨의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에서 운전을 꿈꾸던 어린 소년의 모습이 보입니다. 집에서 컴퓨터를 자주 사용한다는 주성태씨는 지난 드림카 이야기들도 살펴보았다고 하며 연신 쑥스럽다고 말합니다. “ 저 이제 인터넷에 나오는 건가요? 저는 화면에 나올 만큼 잘생기지 않았는데... 쑥스러워요.(웃음)”인터넷으로만 접했던 드림카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이 된 주성태씨가 드림카를 타고 세상 속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기를 응원합니다!후원하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