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카 스토리

Story of Dreamcar

엄마라는 이름으로 고기순씨 이야기

  • 2023.04.20
드림카 45호 고기순씨 이야기 큰제목 : 엄마라는 이름으로 장애유형 : 지체장애 수리내역 : 타이어벨트 교체, 텐션베어링 교체 등 드림카 45호 주인공 고기순씨 이야기 드림카 45호 주인공 고기순씨를 만나러 가는 날, 아침부터 하얗고 깨끗한 눈이 펑펑 내렸습니다. 머리 위로 쌓이는 하얀 눈처럼 고기순씨의 가슴에 쌓인 인생과 추억이 담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너무도 아팠던 젊은 시절, 정말 아파서 청춘인가요 고기순씨 댁 초인종을 누르자마자 “멍멍” 하는 소리와 함께 고기순씨의 가족, ‘이쁜이’가 목청 높여 반겨줍니다. “ 오랜만에 집에 손님이 오니까 반가워서 그래요, 나도 사람들 만나러 많이 나갈 일이 없는데 이렇게 와주셔서 너무 반갑고 좋네요.” 반려동물은 주인을 닮는다고 하더니 고기순씨와 꼭 닮은 ‘이쁜이’입니다. 고기순씨의 이야기가 시작되자 언제 짖었냐는 듯이 옆에 와 조용히 앉습니다. “ 척추가 태어날 때부터 문제가 있었나봐요. 다른 사람들과 모양이 좀 달랐는데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신경 쓰지 않았어요.”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났지만 장애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는 고기순씨. 장애에 대해 알게 된 건 성장하며 자잘한 상처가 생기면서입니다. 상처가 생기면 낫지 않고 염증이 생기던 하체를 예사롭지 않게 생각했다는 그녀. 성인이 되어서야 찾아간 병원에서 기형인 척추뼈가 신경을 눌러 한쪽 다리가 마비되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픔과 함께 찾아온 남편과의 이별은 아직 스물다섯이었던 두 아이의 엄마에겐 버거운 일이었습니다. “19살 어린 나이에 일찍 시집을 갔어요. 그 시절엔 다들 어렵잖아요? 결혼식은 못 올렸어도, 아이들도 낳고 나름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었죠.”삶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끊임없이 생겼지만 어린 자녀들이 눈에 밟혔다고 합니다.아이들을 데리고 불편한 다리로 동대문 시장에서 옷장사를 했다는 그녀. 생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이를 악물고 살아갔습니다. “ 엄마라서, 엄마이기에 살아야 했어요. 둘째는 등에 업고 첫째는 끈으로 매달고... 목발을 짚은 팔에 힘이 없어지면 바닥에 주저앉아서 기다시피했죠. 어휴,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했나 몰라요.” 여자이지만, 어머니이기에 강해져야 했던 20대 고기순씨의 시련은 쉽게 끝이 나지 않았습니다. “ 29살에 신경수술로 다리를 절단하게 되었어요. 수술 부위에 염증이 생겨 세 번을 더 잘라낸 것 같아요.” 전신마취 수술만 25번을 했다는 그녀는 평생 병원생활을 해서인지 병원이 무섭다기보다 지긋지긋하다고 합니다. 수십 차례의 수술, 오랜 투병 생활로 인해 생긴 욕창으로 병원에서는 인공항문을 달아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도 했다고 합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인공항문 수술은 가까스로 피하게 되었지만 신경수술로 인해 하반신에 감각이 없기 때문에 대소변을 자유롭게 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편안하게 볼일을 본 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이고 축복인지 이전에는 깨닫지 못했었다고 합니다. 그녀가 고스란히 짊어져야 했던 삶의 무게와 아픔, 지켜야만 하는 아이들이 있었기에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고맙고 또 고마운, 나의 사랑들 힘든 시절을 함께 보낸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가정을 이루게 될 때까지 수많은 역경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 시간들도 다 추억으로 남았다고 합니다. 특히, 새로 생긴 가족인 며느리와 손주들을 볼 때면 모든 근심걱정이 사라지는 것 같다는 고기순씨. “ 자동차가 고쳐지면 이번 주에는 우리 손주들 보러가야겠어요. 제가 가면 맨발로 뛰어 나와요 아이들이, 누가 나를 그렇게 좋아라 하겠어요.(웃음)” 고기순씨의 집에는 온통 손주들 사진이 가득입니다. 손주들이 있어서 바라보고 웃을 수 있으니 행복하다는 요즘. 고기순씨는 며느리 자랑에도 한창입니다. “ 며느리가 얼마나 알뜰하고 착한지 몰라요. 요새 그런 아이가 어디 있겠어요. 제가 엄마라고 부르라고 했어요” 본인도 넉넉하지 않지만 돈이 생길 때마다 베트남에 있는 며느리의 친정으로 선물을 보낸다는 고기순씨. 덕분에 며느리네 집에서는 부자집으로 시집 온 줄 알고 있다며 웃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진정으로 아끼는 그녀의 마음은 그 누구보다 풍요로워 보입니다. 사랑하는 가족들 덕분에 오늘도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고기순씨와 가족들의 앞날에 햇살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 드림카 45호 이야기 “ 다리를 절단하고 나서 운전을 하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저도 가족들도 모두요.”97년 동생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멋진 차를 선물해주었고, 그렇게 갖게 된 첫 차는 고기순씨에게 해방구이자 기쁨이었습니다.“ 동생들이랑 여행도 참 많이 다녔어요. 우리나라를 두세 바퀴는 돈 것 같아요.”스트레스가 쌓이거나 육체적인 고통을 견디기 힘들 때, 드라이브는 고기순씨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 되어 주었습니다. 또한, 삶의 원동력인 가족들과 이어주는 다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 자동차가 고장나 속이 많이 상했다고 합니다. “ 제가 장애를 가지고 있고, 할머니지만 도움을 청할 때 차로 달려가서 도와 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이고 보람인지 몰라요. 그 동안 위험해서 못 갔는데 이렇게 자동차가 고쳐져서 이제는 갈 수 있으니 너무 좋아요!” 고기순씨에게 차는 어머니, 언니, 딸, 할머니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연결고리입니다.소중한 차와 평생 드라이브하며 사는 꿈을 꾼다는 고기순씨. 드림카 프로젝트가 안전한 연결고리가 되어 앞으로도 행복을 향해 달리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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