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카 스토리

Story of Dreamcar

느려도 괜찮아 시윤이네 이야기

  • 2023.04.20
느려도 괜찮아 드림카 프로젝트 29번째 주인공 시윤이네 이야기  장애유형 : 지적장애  수리내역 : 타이어, 타이밍벨트 등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8월의 어느 날,  찰팍찰팍, 흥얼흥얼,   빗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가는 두 형제의 장난기 가득한 발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가는 형제를 따라 드림카 29호 주인공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 조금 느린 아이.  “엄마! 나 왔어! 간식!”  간식을 달라는 시윤이의 시선이 아래를 바라봅니다.   “시윤아, 엄마 여기 있잖아. 엄마 보고 이야기 해야지?”  엄마의 타이름에 눈을 겨우 마주치지만, 잠시뿐...  시윤이의 시선은 다시 다른 곳을 향하고, 엄마는 그런 시윤이에게 다시 한 번 눈빛을 건냅니다.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의 어머니는 둘째인 시윤이가 조금 느릴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시윤이가 또래 아이들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5살 무렵.  “5살에 검사를 받아보라는 주변의 권유에 못 이겨서 검사를 했더니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런데 나도 참 씩씩하죠.(웃음) 걱정이 되기보다는 그냥 시윤이는 아픈 것도, 틀린 것도 아니고 조금 늦을 뿐이니까 금방 나아질 것이라고 굳게 믿고 언어치료부터 시작했어요.”   몸은 성장하지만 언어, 행동, 관계 등 많은 부분이 더딘 아이를 보며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괜찮아질 것이라 믿으며 그렇게 교육을 해 왔습니다.   늘 생각했듯이 조금 느리지만 천천히 시윤이만의 속도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만 같아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던 어머니에게 걸려 온 한 통의 전화.  “어머니, 시윤이 도움반으로 보내야 될 것 같습니다. 장애진단도 받아야 될 것 같구요.” 담임선생님께 걸려온 전화 속 이야기.   아직 어리고, 조금 더딘 것뿐인데 왜 우리 아이가 도움반을 가야 되는지, 장애 진단을 받으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기도 싫어 학교에 항의 하는 어머니에게 담임선생님께서는 참관수업을 청해 왔습니다.  지켜보는데, 한동안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는 그녀. “수업시간인데 교실안을 우리 애가 정말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거예요. 그때 ‘아, 안되겠구나..’, ‘우리 시윤이가 조금 다르긴 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시윤이의 장애를 인정하고 정확한 진단을 위해 다시 검사를 했어요. 5살 검사를 한 뒤로 3년이라는 시간이 시윤이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도 궁금했고, 저는 솔직히 조금은 나아져 있을 줄 알았어요.”  검사결과는 지적장애 3급. 진단을 받게 된 시윤이를 데리고 오면서도 “왜 우리 시윤이를 장애인이라고 그러는 거지? 조금 느린건데... 내가 잘 교육하고 치료하면 괜찮아 질거야.” 라는 생각만을 되뇌었다고 합니다.   시윤이에게도 늘 “시윤아 너는 장애인이 아니야. 넌 조금 느릴 뿐이야.”라고 교육을 해서 아이도 자신의 장애를 인정하지 않는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안되겠더라고요. 누가 장애인이라고 그러면 얘가 ‘나는 장애인이 아니다’라며 난리를 피웠어요. 아.. 그래... 인정하자. 그리고 인정하게 하자. 그리고 나서 천천히 변화시키면 돼.”라는 결심을 하게 됐다는 그녀.    “그런데 재밌는건 인정하니깐 오히려 마음도 편하고, 이제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 나라로부터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공부하게 되고 그렇더라고요. 우리 시윤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데 참 오래 걸렸네요.”라며 피식 웃어보입니다.

# 너는 특별하단다.  어머니는 자신이 시윤이의 ‘껌딱지’라고 말합니다.   “시윤이가 18살이 되면 누나나 동생의 도움 없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일 큰 목표에요. 그리고 아이들이 시윤이를 이해하고 인정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서로 이해하도록 교육하고 있어요. 나중에라도 아이들에게 짐을 맡기고 싶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내동생은 장애인이지만 괜찮은 아이야.’, ‘우리 형은 다른 형들보다 내가 더 많이 보살펴야 하지만 참 따뜻한 형이야.’라는 생각은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시험공부를 하는 큰 딸도, 한참 관심이 필요한 막내도 챙기지 못했지만  아이들의 교육관만큼은 명확한 그녀.  아직 초등학생인 동생은 누구보다 형의 말을 잘 이해하고, 대학 입시를 앞둔 누나는 대학공부는 두 번째로 살짝 미뤄놓고, 일찍 취업해서 집안 살림에 도움이 되고 싶어합니다. 둘 모두 엄마가 시켜서 하는 일은 아닙니다.  이렇게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을 이야기하며 고마움과 자랑스러움에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가족이 있기에 힘을 낼 수 있었지만, 처음부터 모두 시윤이의 장애를 이해하고 받아들인 것은 아닙니다. 그 중에 제일 힘들었던 것은 다름 아닌 시윤이의 아버지.   시윤이의 장애를 인정한 것이 초등학교 5학년을 다닐 무렵이었다고 하십니다.   장애 진단을 받은 후,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들의 장애를 아무리 설명하고 이해시키려고 해도 인정하지 않았던 남편.  “여보, 시윤이가..... 이상해.” 시윤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기위해 나갔던 남편이 집으로 돌아와 힘겹게 내뱉은 말이었습니다.  아들이 아이큐 30이라는 말을 5년간 단한번도 믿지 않았던 남편은 그렇게 아이와 마주하는 시간을 통해 인정했다고 합니다.   특별한 아이. 가족이지만 첫째와 막내와는 다른, 조금은 특별한 그 시윤이를 인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가족이기에 그 특별한 아이와 함께 하는 것이 감사합니다.


# 세상에서 가장 힘든 시기, 괜찮아요!  “지금 시윤이가 사춘기인데.. 진짜, 제일 힘든 것 같아요. 자동차처럼 제 마음대로 세울수도 없고 다른곳으로 옮길 수도 없어요. 시윤이 마음에 오는 감정이기 때문에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치료를 해줄 수도 없으니까요. 가만히 이 시기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려야 하니...”  중학생이 된 시윤이는 질풍노도의 시기, 사춘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부모라면 모두가 다 겪는 일이지만, 시윤이와 어머니에게는 몇 배는 더 힘든 시간입니다.   감정도, 힘도 조절이 안 되고 있는 요즘, 집에 있는 기기들을 만지기만 하면 고장 내고 부숴뜨려 성한 것이 없다며 휴대전화를 몰래 숨깁니다.   “얼마 전에는 큰 딸의 인터넷 강의용으로 쓰라고 친척오빠가 물려 준 노트북이 있었는데, 그 노트북을 시윤이가 고장내서 큰딸이 울고불고 난리가 났었어요. 요새는 뭐든 보이는 기기들은 숨기느라 정신이 없어요.”  사춘기라는 얄궃은 녀석이 시윤이에게 찾아오고부터 자기보다 작은 동생을 때리고 괴롭혀 한참을 고민했다고 하는 어머니. 걱정을 한아름 늘어놨더니 시윤이 이모가 샌드백을 선물로 보내왔습니다.  “물건을 부수는 건 고치면 되지만, 동생 때리는 건 어떻게 해야 좋을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샌드백을 가지고 노니까 조금 덜해 졌어요. 일반 학교에 보내서 그런지 스트레스도 더 많이 받는 것 같고.... 그래도.. 처음보다는 점점 괜찮아지는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 더 괜찮아지겠죠 뭐^^”  인터뷰하는 내내 어머니 입에서 떠나지 않았던 한마디.  ‘괜찮아요!’ 어머니의 밝은 에너지가 그대로 녹아있는 단어인 것 같아 듣기에 참 좋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에게 괜찮다는 주문을 걸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 시윤이의 미래를 위하여!  드림카 29호의 주인공인 시윤이네 자동차는 엄마와 시윤이의 오붓한 데이트 장소였는데요,  학교, 치료교실, 장애아동부모모임 등에 열심히 다녀야 하는 시윤이와 늘 함께는 공간입니다. 시윤이를 만나러 간 날도 비가 무척이나 많이 오던 날이었습니다.   “이런날 차라도 없으면 우리 시윤이를 데리고 어떻게 다닐지 상상도 안돼네요.” 라며 창문 밖을 잠시 내다봅니다.    자동차가 조금 이상할 때마다 점검을 받기 위해 정비업체를 방문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어나는 수리비가 너무 부담되어 다음으로 미루다 보니 지금까지 수리를 못하고 조심스럽게 운전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원래 자동차에서 나는 소리라고만 생각했는데, 수리하고 나니 조용해졌어요! 우리 차 맞아요?(호호)  시윤이랑 같이 다니는 길이 이제 더 즐겁겠어요! 말씀 안 드린 부분까지 꼼꼼하게 봐 주시고, 차에 대해 잘 모르는 저 같은 아줌마한테도 차근차근 설명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드림카에게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며 다음 수업시간을 위해 바쁘게 오르시는 어머니의 입가에도, 세차까지 해서 깨끗해진 차를 보고 기분이 좋아진 시윤이의 입가에도 기분 좋은 미소가 번집니다.   앞으로도 엄마와 시윤이의 오붓한 데이트에 함께 할 드림카와 조금 느리지만, 누구보다 행복한 시윤의네 가족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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