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카 스토리

Story of Dreamcar

나의 사랑 나의 아들 최지훈 씨 이야기

  • 2023.04.20
< 나의 사랑 나의 아들 > 드림카 354호, 최지훈 씨 이야기 *장애유형 : 발달장애  *수리내역 : 로어암, 점화코일 외꼭 빠른 게 좋은 것이 아니죠. 천천히 걸어가는 느긋함 속에서 타인이 미처 보지 못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남들보다 조금은 느리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멋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 최지훈 씨의 이야기! 어머님의 목소리를 통해서 들어봤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친한 친구   지적장애 서른세 살 최지훈 씨의 제일 친한 친구는 엄마입니다. 엄마는 지훈 씨와 온 종일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제는 한 몸처럼 느껴진다고 합니다.  “일주일 내내 참 바빠요. 지훈이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편이거든요. 여섯 시 좀 넘으면 바로 일어나서 밥 먹고, 평생교육센터 가서 교육 받고, 수영장에 가서 특수체육도 하고 있어요. 애들 아빠는 일을 하다 보니 바빠서, 제가 전적으로 지훈이의 일과를 다 따라다니면서 도와주고 있어요.”  지훈 씨를 키우면서 기쁜 일이 많았지만, 아무래도 장애 때문에 남들보다 우여곡절이 많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가슴 아픈 사건도 있었습니다.  “한 10여 년 전이었어요. 지훈이가 시력이 안 좋거든요? 안과에 가서 시력을 재보려고 했는데 제대로 재기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도수에 안 맞는 안경을 끼고 있어요. 어느 날, 밖에서 지훈이가 어떤 여자 아이를 보고 반가워서 인사를 했나 보더라구요. 근데 눈이 잘 안 보이니까 가까이 쑥 다가가서 봤나 봐요. 그때 여자 아이는 놀라서 방방 뛰고 난리가 났죠. 지구대까지 가서 오해를 풀긴 했지만 참 속상했어요. 그 기억이 저 뿐만 아니라 지훈이에게도 트라우마로 남게 됐어요.”  벌써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지훈 씨는 그때 이후로 입을 꾹 닫았습니다. 곧잘 표현을 잘 하던 아들이었는데 몇 년 동안 말을 안 하다가 이제야 겨우 입을 떼기 시작했습니다.“트라우마가 참 컸던 것 같아요. 오랫동안 주눅 들어 있다가 한 2,3년 전부터 조금씩 한두 마디씩 하기 시작하더라구요. 다행이에요. 요즘은 제가 뭘 시키면, ‘싫어! 됐어! 이건 이렇게 해줘!’ 의사표현도 종종 해요.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있는 지훈 씨는 때때로 기분이 좋을 때면 수다쟁이로 변신하기도 합니다.  “조카 보러 가자고 조르거나, 센터에 다녀오면 ‘오늘 짜장면 먹었어, 코코아 마셨어’ 시시콜콜 얘기하곤 해요. 예전에는 어디 가서 맞아도 누구한테 맞았는지 절대 말 안하고 혼자 삭혀서 제가 뒤늦게 알고 속상했던 적도 많았거든요. 그래도 이젠 조금씩 감정 표현을 하기 시작하니까 그런 부분에서 마음이 놓이네요.”   #마포의 마린보이  요즘, 최지훈 씨의 제일 큰 관심사는 수영입니다. 어릴 때부터 물에 들어가는 걸 참 좋아했던 지훈 씨는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수영을 배웠습니다.  “실내수영장에서 수영을 배우고 있어요. 배운지 한 3년 정도 됐는데 생각만큼 발전이 크게 없더라구요. 답답해서 강사한테 물어보니까 아무래도 장애가 있다 보니, 비장애인에 비해서 배우는 속도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수영 배울 때 제일 중요한 게 물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건데, 그걸 넘어선 것 자체가 대단한 거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수영을 통해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자신감도 쌓아가고 있는 지훈 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수영장 문이 닫히는 날이 늘어나면서 우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삶의 활력소가 줄어들었으니까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래서 틈나는 대로 가족끼리 캠핑을 다녀오곤 해요. 물이 깨끗한 가평 쪽을 자주 갔었는데 지훈이가 참 좋아하더라구요. 앞으로도 여기저기 많이 다니려면 이동수단이 참 중요한데 차에 문제가 생겨서 마음 놓고 돌아다닐 수 없으니 힘드네요.”#드림카 354호 이야기 주로 운전을 도맡아서 하고 있는 최지훈 씨의 어머님은 최근에 운행을 하다가 삐거덕거리는 소음이 점점 커지는 걸 느꼈습니다. 게다가 용인에 볼 일이 있어서 다녀오다가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하기도 했습니다.  “한창 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차가 그냥 서버린 거 있죠. 정말 무서웠어요. 지훈이도 이게 무슨 일이냐면서 저를 딱 붙잡고 무서워하더라구요. 견인차 부르고, 카센터 가서 수리 받아봤는데 정확히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전문가가 봐도 찾지를 못하더라구요. 이걸 어떡하나 골머리 앓고 있는데 ‘드림카 프로젝트’ 소식을 듣게 됐어요.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릅니다.”  지훈 씨는 지금, 치아에 문제가 생겨서 800만 원 상당의 치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지출로 집안의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었는데요. 차를 고칠 수 없고, 새 차를 살 수도 없는 상황에서 ‘드림카 프로젝트’는 신의 한수였습니다.  “이렇게 좋은 기회로 차량을 일일이 손봐주시고 단단하게 고쳐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장애인 가족이 있는 분들은 공감 하실 거예요. 제일 큰 어려움이 바로 경제적인 부분이에요. 돈 들어갈 곳이 많거든요. 이런 좋은 사업들이 더 많이 생겨서 힘든 부분을 해소하시는 분들이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지훈 씨 어머님의 조그만 바람이 있다면, 사람들이 보다 더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주셨으면 하는 겁니다. 예전보다 확실히 긍정적으로 바뀐 사회 분위기를 체감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쉬운 부분도 많습니다.  “지훈이가 인사성이 밝아서 엘리베이터에 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곧잘 해요. 반갑다고 다가가서 손을 내밀기도 하구요. 근데 사람들은 그게 익숙지 않으니까 인상을 찌푸리거나 무서워서 뒷걸음질 치기도 하죠. 그럼 제가 말씀드려요. ‘그런 게 아니에요. 좋아서 인사하는 거예요. 이해해주세요.’라구요. 물론 저도 이해합니다. 한 걸음씩 천천히 다름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꿈꾸는 지훈 씨 가족의 소망이 이뤄지기를 드림카 프로젝트가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