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카 스토리

Story of Dreamcar

장애인과 어울려 즐겁게 살아가기 김정임 씨 이야기

  • 2023.04.20

드림카 341호  장애유형 : 지체장애 수리내역 : 브레이크, 캐리어 어셈블리, 쇼크업소버 외  장애인들과 어울려 즐겁게 살아가기 드림카 341호, 김정임 씨 이야기

세상의 직업 중 가치와 보람이 덜한 직업은 없겠지만, 타인에게 도움을 전하는 직업은 더욱 깊이 있는 성취가 가능할 거라 짐작됩니다. 제주특별자치도 보조기기센터에서 보조공학사이자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김정임 씨에게도 그러한 성취감이 있습니다.   재가 장애인이 자신에게 꼭 맞는 보조기기를 지원받아 재활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는 정임 씨, 그의 사는 이야기를 지금부터 차근차근 들어보겠습니다.  *재가 장애인 :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워 집에 머물며 살아가는 장애인.   #사랑과 배려로 시작된 생애 올해 56세인 정임 씨는 세 살 무렵 소아마비를 앓았습니다. 워낙 어릴 때 병을 앓았기 때문에 정임 씨의 첫 기억은 걷지 못하던 시절에서 시작됩니다.   “워낙 어릴 때 소아마비에 걸렸고 저는 늘 다리가 불편한 사람으로 자신을 기억하기 때문에 장애로 인해 마음가짐이 달라졌거나 힘든 건 없었어요. 아마 형제들과 동등하게 사랑받으며 자란 환경의 영향이 클 겁니다.”  정임 씨의 가정에서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인 정임 씨를 다르게 키우지 않았습니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더 안타깝게 여기거나 처우를 다르게 하지 않았고, 그저 소중한 가족이라는 사실만을 깨우쳐줬을 뿐입니다.  학교 갈 무렵이 되면서 정임 씨는 왼쪽에 보조기를 착용하고 목발을 짚으며 걷기 시작했습니다. 비장애인에 비해 조금 불편한 일상이었지만, 정임 씨가 반듯하게 성장한 데는 주변의 따뜻한 배려가 영향을 줬습니다.  “중학교 다닐 때 친한 친구가 항상 제 가방을 들어줬어요. 버스를 타면 한 손은 손잡이를 잡고 한 손은 목발을 잡아야 하니까요. 그 친구에겐 지금도 참 고맙고 자주 만나고 있어요. 또 고등학교 때는 자율학습 끝나고 버스를 타려면 늘 만원이었거든요. 그때 저를 기억하신 버스 기사님이 항상 제 앞에 차를 세우고 먼저 탈 수 있게 해주셨어요. 그런 배려들이 있었기에 제가 긍정적인 마음으로 자랄 수 있었죠.”  요즘엔 점심시간을 이용해 휠체어를 타고 오르막 운동을 한다는 정임 씨. 분명 운동 중인데도 얼핏 휠체어로 힘들게 오르막을 오르는 줄 알고 다가와 도와주려는 누군가가 항상 있다고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정임 씨는 여전히 좋은 사람이 많아서 이 사회가 굴러간다고 느낍니다. 그럴수록 자신도 더 주변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자 마음먹는다고도 말합니다.#보조공학사의 삶 어릴 적부터 배려의 힘을 몸소 새기며 살아온 영향일까요? 정임 씨의 직업은 제주특별자치도 보조기기센터의 보조공학사이자 사회복지사입니다. 전국에 17개소가 있는 보조기기센터는 보건복지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장애인에게 보조기기를 지원하는 기관입니다. 이곳에서 정임 씨는 장애인이 자신에게 꼭 맞는 보조기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상담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휠체어 하나만 예를 들어도 장애 수준과 직업, 거주 환경, 용도 등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게 제각각이고 가격도 천차만별입니다. 저는 장애인의 가정에 직접 방문해 살펴보고 상담 후 알맞은 보조기기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또 보조기기 외에도 상담하면서 장애인에게 필요한 부분을 지역사회와 연계해 지원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죠.”  그는 평소 지역사회, 민간자원과 연계해 장애인들에게 최대한 많은 지원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정임 씨는 수많은 사례 중에 기억에 남는 일화를 소개합니다.   “20대 초반 청년이 제대하고 3일 만에 바닷가에서 낙상해 크게 다쳤어요. 3년 만에 퇴원했는데 예전처럼 걸을 수 없었죠. 그 청년 부모님이 도움을 요청하셨는데 청년에게 필요한 보조기기를 대여해드리고 하루아침에 장애인이 돼 심리적으로 어려운 부분을 동료 상담으로 연결해줬어요. 불편해진 신체에 맞춰 집을 수리했고요. 단순히 보조기기 지원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최대한 지역사회를 연계해 장애인의 재활을 돕고 있습니다.”  몸이 불편해 집이나 시설에만 머무르는 장애인을 단 한 명이라도 사회에 나가서 당당하게 사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정임 씨. 그는 직장생활 외에도 핸드사이클 선수로 활약 중인데, 장애인의 활발한 사회활동의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서른 아홉에 둘째 딸을 낳고 몸무게가 많이 늘었어요. 몸도 늘 피곤했고요. 그때 친구의 권유로 핸드사이클을 탔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새벽마다 운동장에 나가 탔어요. 살도 다 빠지고 건강도 되찾았고요. 핸드사이클 선수로 활동하면서 자부심도 더 강해졌답니다.”  취미로 시작했지만 이제 멋진 핸드사이클 선수인 정임 씨. 수없이 많은 대회에 나갔고, 우리나라 최초로 핸드사이클 세계대회에 출전해 동메달을 땄습니다. 패럴림픽에서도 활약해 얼굴을 알린 정임 씨입니다.#드림카 341호 이야기 아침부터 밤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보내는 정임 씨에게 자동차는 다리를 대신해주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출근 전 두 딸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출퇴근도 모두 자동차로 합니다. 업무와 관련해 이동할 때도 자동차가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정임 씨는 딸의 학원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엔 제주의 경치 좋은 바닷가에 다녀오거나 잠시 차를 세우고 팔운동을 합니다. 특히 정임 씨의 차에는 핸드 컨트롤러가 장착돼 있어 다리가 불편한 정임 씨의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될 보물입니다.  그토록 소중한 자동차지만 2011년부터 달려온 탓인지 소음과 진동이 나날이 심해졌습니다. 브레이크가 밀린다는 느낌도 자주 받았습니다. 지난봄 정비센터에 방문해 수리를 받았지만, 소음과 진동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정비센터에 가는 게 무섭더라고요. 점검을 받으면 고치라는 데가 너무 많은데 목돈이 들어가니 쉽사리 고치지도 못했어요. 딸들이 차를 타면 소음이 너무 심하다고 무서워하는데도요.” 정임 씨의 마음을 하루하루 졸이게 만들었던 자동차 고민은 드림카 프로젝트를 만나 시원하게 해결됐습니다. 드림카 프로젝트에 선정돼 정비를 받고 튼튼해진 차량을 돌려받은 날,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딸들을 태우러 갔는데 다들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새 차 같다고 깜짝 놀라더라고요. 소음과 진동이 마법처럼 사라졌으니까요. 이제 안전하게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저도 출퇴근할 수 있어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새로 태어난 자동차로 정임 씨는 얼마 전 제주도 내 여성장애인 2명과 성당 투어를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소음이 심해서 주저했던 성당 투어를 다니며 많이 웃었다는 정임 씨는 앞으로도 장애인들과 함께 어울려 세상 곳곳을 누비고 싶습니다. 내년에는 여성장애인들과 제주도 도서관 투어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장애인들과 어울려 즐겁게 지내는 게 목표입니다. 연대를 다지며 도움이 간절한 누군가를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데 장애인의 이동권은 매우 중요합니다. 제가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신 삼성화재애니카손사와 한국장애인재단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함께’의 따뜻한 의미를 상기시켜준 정임 씨의 앞날에 드림카 프로젝트가 늘 함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