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카 스토리

Story of Dreamcar

행복한 제주살이 장기영 씨 이야기

  • 2023.04.20
장애유형 : 지체장애, 328호 수리내역 : 리어 액슬, 허브베어링 외, 행복한 제주살이, 드림카 328호, 장기영 씨 이야기어느덧 제주살이 10년차인 장기영 씨. 고향인 서울에서 수십 년을 살았지만, 제주에서 산 10년에 애틋한 추억이 더 많이 담겨있는 듯합니다. 마침 인터뷰가 있던 날은 기영 씨가 5일장이 서는 장터 주차장에서 일하는 날이었습니다. “여러분도 제주에 오시면 5일장에 꼭 한번 와보세요. 장터에 와 있으면 사람들과 어우러져 활력을 얻고 위로도 받게 되거든요.” 이제는 자신을 ‘제주 사람’이라 말하는 기영 씨의 인생이야기, 지금부터 차근차근 들어보겠습니다. # 갑작스러운 장애, 그리고 위로받는 삶, 올해로 쉰 살이 된 기영 씨는 서울에서 19년간 살았습니다. 평범하고 즐겁게 살던 나날 중에 예기치 못한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서울에서 살다가 아버지가 하시던 일 때문에 온 가족이 용인으로 이사를 하게 됐어요. 그때 제가 고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졸업이 6개월 남은 상태였죠. 졸업도 얼마 안 남고, 고3이라 전학이 안 돼서 용인에서 서울까지 먼 길을 등교했습니다. 평소처럼 등교하느라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에 덤프트럭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어요.” 사고 직후의 기억은 아주 희미하게 남아있습니다. 다행히 터미널 앞이라 보는 사람들이 많았고 기영 씨는 즉시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었습니다. 응급처치는 바로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기영 씨는 오른쪽 다리를 잃게 됐습니다. “건강했던 열아홉에 다리를 잃게 되니 꿈도 희망도 잃었다고 생각했어요. 홀로 걷지 못하고 휠체어를 타야 했고, 몸은 계속 아팠죠. 제 인생이 멈춰버린 기분이었어요.” 한때는 절망적이었지만 기영 씨는 이내 기운을 차리고 본래의 꿈 많고 성실한 청년의 모습을 되찾았다고 합니다. “처음엔 너무 힘들었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너무 장애에만 집중한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장애 외에도 내 삶엔 여러 중요한 지점이 많은데, 장애가 생겼다는 이유로 지레 포기한 것 같았죠. 절망적인 감정을 깨고 세상으로 나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n한때 꿈도 희망도 잃었다고 세상을 외면했던 기영 씨지만 지금은 어두운 구석을 찾을 수 없습니다.“얼마 전부터 제주 구석구석을 다니며 장애인 주차구역에서 계도업무를 맡고 있는데요. 오늘은 제주 5일장에 외근을 나왔어요. 이렇게 나오면 저보다 나이가 훨씬 많거나 몸이 불편한 분들도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저절로 위로를 받게 돼요. 특히 어르신들이 일하시는 모습을 보면 저희 부모님 생각도 나고, 내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제주에서 꽃피운 새 인생, 기영 씨는 10년 전 가족들이 먼저 자리를 잡은 제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수도권에서 산 시간이 더 길지만, 기영 씨 마음속에서 제주는 고향 못지않은 애틋함이 가득한 지역입니다. “제주도 어디에 살든 차로 30분만 달리면 산, 숲, 바다를 실컷 볼 수 있어요. 모든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 날도 있잖아요. 그럴 땐 바닷가에서 마음을 식히고, 숲에 가서 걷기도 하면서 우울함을 떨쳐내요. 그래서인지 고향인 서울보다 제주도에 애정이 더 깊은 것 같습니다.” 제주에 애정이 깊은 이유 중에는 소중한 인연도 한몫합니다. 제주에 정착하면서 알게 된 장애인 친구들과의 우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장애 유형이 제각각인 친구들이 모여 상부상조하며 돈독한 사이가 됐습니다. 발달장애가 있는 친구들은 다리가 불편한 기영 씨를 대신해 짐을 나르거나 몸을 쓰는 일을 도와줍니다. 기영 씨는 지적장애가 있는 친구들이 처리하기 어려운 일을 대신 해주거나 상담해줍니다. 그중에서도 기영 씨에게 큰 영감이 되는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근처에 사는 친구인데 몸에서 손 하나만 움직일 수 있어요. 어쩌면 저보다 불편함이 클 수 있는데도 쉴 새 없이 공부하고 매사에 노력해요. 제게도 도움이 될 만한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지원받으면 좋은 제도가 있으면 가장 먼저 알려줘요. 그 친구를 보며 좀 더 부지런해져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친구로부터 영향을 받아 기영 씨는 요즘 컴퓨터그래픽스운용기능사 자격증과 프로그래밍 언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평소 컴퓨터로 작업하기를 즐기는 기영 씨는 실력을 키워 힘들 때 곁에 있어 준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보답하며 사는 게 꿈이라고 말합니다. “요즘은 제가 좋아하고 재밌어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어요. 저는 컴퓨터로 소설을 읽고 유튜브를 보거나 뭔가 만들어내기를 좋아하거든요. 지금 공부하는 자격증으로 2021년에는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어요.” #드림카 328호 이야기, 자동차사고로 장애를 얻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기영 씨는 자동차 없이 사회생활이 어렵습니다. 지금 공부하고 있는 자격증 취득과 취업을 하는 데에도 자동차가 필요합니다. 최근 제주시청 소속으로 하는 업무도 제주도 곳곳을 다니며 장애인 주차구역에서 계도하는 일이라 자동차가 없다면 불가능합니다. 현재 기영 씨의 자동차는 만 10년을 사용한 차량입니다. 주행거리가 늘수록 교체할 부품이 많고, 평소 소음과 진동이 심해 불편을 느끼던 자동차였습니다. “제게 자동차는 몸의 일부예요. 일상에서 뗄 수 없는 존재니까요. 자동차가 없었다면 지금 하는 일이나 공부도 어렵고, 집에 틀어박혀 우울하게 보냈을 겁니다. 그런데 자동차가 오래돼서 상태가 나빠지니 매일 불안했죠.” 하루하루 낡아가던 기영 씨의 자동차는 드림카 프로젝트를 만나 새 단장을 했습니다. 오래된 부품을 모두 교체해 새 차처럼 튼튼해졌습니다. 정비를 마친 자동차를 받은 기영 씨는 놀라움과 기쁨을 한껏 드러냈습니다.“자동차가 튼튼해졌다는 표현을 넘어 이건 부활입니다, 부활. 아주 완벽히 새 차처럼 재탄생한 느낌이에요. 자동차를 당장 고치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멈춰도 이상할 게 없는 상태였거든요. 그런데 드림카 프로젝트에서 말끔하게 고쳐주셔서 감격스러울 정도예요.” 튼튼해진 자동차로 가고 싶은 곳이 있다는데요. 평소 가고 싶은 곳을 마음에 가득 담아뒀는지 기영 씨가 망설임없이 말합니다. “제주에 살고 있지만, 제주 전체를 돌아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친한 장애인 친구 중에 운전이 가능한 사람이 저뿐인데요. 튼튼해진 자동차로 제주도 구석구석을 누비며 친구들과 행복한 여행을 즐기고 싶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행복을 나눌 줄 아는 기영 씨. 드림카 프로젝트 덕분에 앞으로 더욱 분발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었다며 고마움을 전합니다. “단순히 자동차를 고쳐주는 게 아니라 ‘내가 혼자가 아니구나.’, ‘나는 누군가로부터 응원을 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삼성화재애니카손사와 한국장애인재단이 나눠주신 마음 잊지 않고 항상 노력하며 살겠습니다!” 기영 씨의 행복한 제주살이에 드림카가 늘 동행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