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카 스토리

Story of Dreamcar

용기를 내면 복이 와요 김형찬 씨 이야기

  • 2023.04.20
장애유형 : 지체장애, 319호 수리내역 : 인젝터, 베이퍼라이저 외, 용기를 내면 복이 와요, 드림카 319호, 김형찬 씨 이야기아무런 의욕이 생기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그럴 때 사람들은 의욕이 생길 때까지 가만히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일단 움직이면 의욕은 생기기 마련이다.’ 오늘의 주인공 김형찬 씨를 보면 그 말이 사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과연, 그에게는 어떤 사연이 숨어 있을까요?, # 운전은 내 운명 1989년 3월 7일. 형찬 씨는 그날을 잊을 수 없습니다. 신혼의 단꿈에 젖어 들어갈 무렵, 교통사고로 지체장애인이 되었습니다. 그때 형찬 씨의 나이 서른이었습니다. “제가 스무 살이 되기 전부터 트레일러 기사 자격증을 따서 운전을 시작했거든요. 운전 실력을 바탕으로 이라크나 리비아에 가서 일을 하기도 했었구요. 그만큼 운전은 자신이 있었죠. 근데 하필이면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가 나고 말았어요. 운전을 좋아해서 차 타는 걸 참 좋아했는데 앞으론 도저히 그럴 수 없겠더라구요.” 형찬 씨는 사고 후, 거의 칩거에 가까운 생활을 했습니다. 달라진 주변의 시선과 망가진 삶을 비관하며 우울과 절망감에 휩싸여 살았습니다. 그렇게 스스로의 동굴 속으로 파고들었던 형찬 씨는 트라우마를 안겨준 자동차가 미웠지만 결국은 받아들이기로 결심했습니다. “어쩔 수 없더라구요. 저한테 있어서 자동차는 제 발이나 마찬가지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요. 그래도 제가 잘하는게 운전이니까 다시 한 번 용기 내서 운전대를 잡고 세상 밖으로 나가보자 결심을 하게 됐죠.”# 누군가의 다리가 되어주다, 그렇게 조금씩 세상과의 소통을 시작한 형찬 씨는 다시 예전처럼 운전을 시작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어느 날, 사고 후유증 때문에 병원에 입원했다가 운명처럼 새로운 계기를 만나게 된 겁니다. “옆의 병실에 아가씨 두 명이 이틀에 한 번 꼴로 왔다 갔다 하더라구요. 병실 청소도 해주고, 빨래도 해주고 그러길래, 거기 입원한 사람의 가족들인가 싶었어요. 근데 알고 보니까 어떤 협회에서 온 봉사자들이래요. 얘기를 좀 더 나눠보니까 인근을 돌아다니면서 독거노인을 도와주고 있대요. 사비를 털어서 버스나 택시를 이용하고 있는데 꽤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하더라구요. 그때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어요. 힘든 와중에도 봉사를 멈추지 않는 그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누군가를 위해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형찬 씨는 병원비 감당에도 빠듯한 살림이었지만 그 길로 곧장 차량을 구입했습니다. 봉사를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을 실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곳곳에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아픈 환자들을 데리고 외곽지역으로 나가 바람을 쐴수 있도록 도와줬습니다. 오랫동안 바다를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바다를 보여줬을 때, 그 분들이 짓던 행복한 표정을 잊을 수 없습니다. 형찬 씨 본인이 다리를 쓸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다리가 되어줄 수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뿌듯하고 기쁠 수가 없었습니다. # 배우는 즐거움, 형찬 씨는 다치기 전에는 취미가 별로 없었습니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스무 살도 채 되기 전에 일을 시작했고, 수십 군데 회사를 옮겨 다니면서 적응하는 것만 해도 바빴기 때문에 취미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다고 합니다. “남들처럼 운동도 하고 싶었는데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죠. 몸을 다치고 나서는 더더욱 취미 가질 생각을 못했구요. 그러던 어느 날, 제 생일에 아내가 낚싯대를 사주더라구요. 그 전까지는 여유가 없어서 못 사줬는데 이제는 입에 풀칠하며 살 정도는 되니까 이 정도는 즐기면서 살라고 낚싯대를 쥐어주는데 그때부터 비로소 배우는 즐거움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아내의 권유로 낚시를 시작하게 되면서 형찬 씨의 취미활동은 더 다양해졌습니다. 아내의 다음 추천 목록은 복지관 활동이었습니다. “탁구는 동호회가 있더라구요. 그곳에 가입해서 적극적으로 운동을 시작하게 됐죠. 운동을 하다 보니 자신감이 생겨서, 내가 좋아하는 낚시 동호회를 한번 만들어볼까 싶더라구요. 그렇게 적극적으로 낚시 동호회를 만들었고, 이후로는 사물놀이랑 소프트볼 동호회까지 점점 더 늘려가게 됐죠.” # 드림카 319호 이야기, 새로운 걸 배우는 것만큼이나 형찬 씨가 좋아하는 것은 아내와 함께 장거리 여행을 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멀리 떠나는 것이 부담스러워졌습니다. 아내를 태우고 자동차를 운전해서 가다가 큰 사고가 날 뻔했기 때문입니다. “바다 근처의 시골길을 지날 때였는데요. 자동차의 앞바퀴 브레이크를 잡아주는 장치가 뜨거워지면서 연기가 심하게 피어오르는 거예요. 점점 타는 냄새도 나구요. 더 큰일이 나기 전에 얼른 보험사에 연락을 했죠. 엔지니어들이 와서 수습을 하긴 했는데 정말 무서웠어요. 언제 또 그런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거잖아요.” 불이 나기 직전에 가까스로 정리는 됐지만, 그때 차를 수리하면서 목돈이 들어가는 바람에 가계에 부담이 컸습니다. 이후, 정밀점검을 통해서 전반적인 수리가 시급하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당장 고칠 엄두는 못 내고 있었습니다.“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드림카 프로젝트라는 게 있다는 걸 알고 신청해 봤는데요. 정말 선정이 될 줄은 몰랐어요. 가스 냄새가 많이 나고, 시동도 단번에 안 걸리고 정말 답답했는데 아낌없이 지원해주신 덕분에 지금은 완전 새 차처럼 변했어요. 확실히 달라요. 이런 좋은 기회를 준 삼성화재애니카손사와 한국장애인재단에 대단히 감사합니다. 말로 표현을 못할 정도예요. 가까운데 계시면 식사라도 한번 대접하고 싶어요.” 새롭게 바뀐 자동차를 자랑하면서 연신 싱글벙글 웃던 형찬 씨는 다시 예전처럼 아내와 장거리 여행을 다짐했습니다. 올해 생일에는 코로나19가 꼭 잠잠해져서 아내와 자동차를 타고 여행길에 오르기를 소망한다고 합니다. 즐겁게 배우고, 나누며 살아가는 형찬 씨의 곁에 드림카가 함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