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카 스토리

Story of Dreamcar

우리 마을 재주꾼 장재규 씨 이야기

  • 2023.04.20

장애유형 : 지체장애, 291호, 수리내역 : 디스크 브레이크, 헤드램프 외,우리 마을 재주꾼, 드림카 291호, 장재규 씨 이야기농가가 대부분인 남원의 작은 마을. 마당에 멋진 소나무가 뻗어있는 집이 눈에 띕니다. 누군가의 손길이 잔잔하게 닿아있는 마당입니다. 그 손길의 주인공으로 짐작되는 사람이 휠체어를 타고 모습을 드러냅니다. 드림카 291호의 주인공 장재규 씨입니다. 머리가 희끗한 재규 씨 얼굴에는 천진한 아이의 표정이 서려있습니다. 이 따뜻한 보금자리에서 재규 씨가 살아가는 이야기, 함께 들어볼까요? # 건강했던 10대 시절, 드림카 프로젝트 팀을 현관으로 안내하고 재규 씨는 집 뒤쪽으로 돌아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입구로 들어왔습니다. 재규 씨의 키와 상반신 높이에 맞게 제작된 대청마루와 화장실이 보입니다. 형제간 사이가 돈독한 재규 씨의 막냇동생이 배려해준 덕분입니다. “8남매 다 사이가 좋고 가까이 살고 있어요. 한옥을 리모델링하면서 동생이 제가 이동하고 쓰기 쉽게 마루랑 수도, 화장실을 바꿔줬어요. 정말 고마운 일이죠.” 재규 씨가 어릴 때는 걸어서 학교에 다니고 부모님의 농사를 도왔습니다. 또, 축구를 유난히 좋아했다는 재규 씨와 어릴 적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초등학교 시절 수학여행을 떠났던 기억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초등학교 때 기차를 타고 군산에 갔더니 우리 학교만한 큰 배가 있는 것을 보고 어찌나 신기했는지 지금도 기억에 남아요. 그렇게 건강하고 자유로웠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후에는 다리가 아파서 변변히 여행도 못 갔죠.”재규 씨의 다리가 아파온 것은 16살 때입니다. 아버지와 함께 벽돌제조 일을 시작한 재규 씨는 모래와 흙을 버무려 벽돌을 만들었고, 변변한 기계나 기구 없이 삽질을 많이 했습니다. 키도 크고 힘이 좋았던 재규 씨라 자신의 몸에 큰 변화가 찾아오는 걸 늦게 감지했습니다. “어느 날부터 다리가 아팠어요. 처음엔 발목이 아프고 나중엔 무릎이 아프고 고관절까지 아픈데 살던 곳이 워낙 시골이고 병원이 없어 근처 한약방에서 침을 맞으며 낫길 기다렸죠. 그러다 다리가 굳기 시작해서 큰 병원에 가보니 관절염을 제때 치료하지 못해서 악화됐다고 하더라고요.” 제때 치료 받지 못한 관절염은 점점 심해져 재규 씨는 18세 때부터 걷지 못하게 됐습니다. 활동적이었던 재규 씨의 일상은 주로 방안에서 지내는 시간으로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 손재주로 마을 사랑을 독차지하다, 하지만 무기력하게 살 수만은 없었습니다. 평소 좋았던 손재주를 살려보고자 재규 씨는 스무살 이후 부산의 한 재활원에서 도장 기술과 시계 고치는 기술을 배웠습니다. 시계 기술은 전자시계가 등장하면서 일거리가 줄었지만, 도장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배운 기술로 재규 씨는 도장업을 10년 넘게 했습니다. “재활원 생활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와서 도장업을 했어요. 시골이라도 도장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하잖아요. 10년 넘게 일하다 눈이 침침하고 손 관절이 나빠지면서 일을 그만뒀어요. 그런데 아직 마을에는 제가 도장 만드는 사람으로 알려져서 지금도 찾아와 도장 만들어달라는 분들이 계세요. 요즘은 손이 떨려 조금 힘들지만 찾아오는 분들께는 꼭 만들어드리죠.” 지금도 면사무소나 은행에 갈 일이 있는 어르신들은 도장이 필요할 때면 재규 씨의 집에 문을 두드립니다. 또 재규 씨는 물건을 잘 다뤄 사람들에게 호감을 삽니다. “어머니가 동네 마실 다닐 때 자전거를 타시면 좋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자전거를 좀 편하게 고쳐서 어머니 환갑잔치 때 선물로 드렸어요. 그 자전거를 88세인 지금도 타세요. 어머니가 자전거를 타고 다니시니 동네에 자전거 유행이 시작돼서 할머니들이 다 제게 자전거를 손봐달라고 찾아오실 정도였죠, 하하.” 그 덕에 지금도 재규 씨의 어머니를 비롯해 마을 할머니들은 자전거를 타고 다닙니다. 자전거 타이어가 닳으면 바꿔주고 고장 나면 고쳐주며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재규 씨입니다. # 가족의 응원으로 밝은 곳으로 나아가다, 재규 씨가 이처럼 밝고 주변 사람을 도우며 살기까지는 가족의 끊임없는 관심과 보살핌이 있었습니다. “어릴 적 살던 초가집은 화장실이 없어서 볼 일을 보려면 구덩이를 파야 했는데, 걸을 수 없으니 스스로 처리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방에 누워있으면 어머니가 대소변을 받아낼 정도로 고생하셨어요. 한옥으로 이사 와서는 집에 제 전용 화장실을 하나 만들었고, 양옥으로 집을 고치면서는 휠체어 타는 데 편리하게 대청마루와 수도꼭지, 화장실을 새로 만들었어요. 이게 다 가족들이 저를 배려해준 덕분이죠.”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텔레비전과 라디오에 의존하며 소일거리로 지내는 재규 씨에게 운전을 권한 것도 형제들이었습니다. 집에만 있던 재규 씨에게 형은 자신의 차를 빌려줄 테니 면허를 따고 바깥에 다녀보라고 설득했습니다. 그렇게 면허를 취득한 때가 54세 때의 일입니다. “집밖에 나가는 일이 거의 없던 제가 면허를 취득하고 운전을 한다는 게 꿈만 같았죠. 거기다 가족들이 응원해주니까 잘해내고 싶었어요. 필기시험을 단번에 붙었고, 형님 차로 열심히 연습해 실기도 바로 합격했어요.” 다소 늦은 나이에 면허를 취득한 재규 씨는 치매인 어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다니거나 보건소를 찾아 재활운동을 합니다. 사람들과 만나 재활운동을 하는 시간은 재규 씨 삶의 낙입니다. 방안에서만 생활하던 그의 다리에 조금씩 힘이 생기니 삶에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재활운동을 나가보니 제가 젊은 편이더라고요. 다들 저보다 나이가 많고 장애도 심했어요. 그런데도 꾸준히 재활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늦었다고 생각지 말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건소에 나가면 온 몸에 땀이 흠뻑 나도록 열심히 운동하고 옵니다.” # 드림카 291호 이야기, 늦은 나이에 용기를 내 면허를 따고 재활운동을 시작한 재규 씨. 그의 발이 되어주고 있는 자동차는 2009년식으로 함께한지 어느덧 10년이 지났습니다. 오랜 주행으로 자동차는 점점 소음이 커졌고, 브레이크가 제 역할을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재규 씨를 아찔하게 했던 건 몇 달 전의 사고입니다.“몇 달 전에 교통사고가 한 번 났어요. 저는 괜찮았는데 조수석에 계셨던 어머니가 다치셔서 한동안 병원에 다녔어요. 마음이 너무 아팠죠.” 이후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착잡했다는 재규 씨는 다행히 드림카 프로젝트를 만나 자동차를 말끔히 고칠 수 있었습니다. 정비소에서 튼튼해진 차량을 받는 날. 재규 씨가 설레는 표정으로 정비내용을 듣습니다. 정비를 의뢰하며 정비소 직원과 친분을 쌓았는지 다 같이 껄껄 웃으며 농담도 주고받습니다. “그동안은 겁이 나서 장거리 운전을 한 번도 못했어요. 이제 차가 튼튼해졌으니 어머니를 모시고 순창에 한 번 여행 가고 싶네요. 늦은 나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삼성화재애니카손사 동전주대물센터 김주선 센터장, 드림카 291호 주인공 장재규 씨, 삼성화재애니카손사 우수협력업체 유호근 대표, 재규 씨가 소중한 가족들과 추억을 쌓아가는 순간마다 드림카가 함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