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카 스토리

Story of Dreamcar

아픔을 잊게 해주는 친구 강대천 씨 이야기

  • 2023.04.20

장애유형 : 지체장애, 수리내역 : 코일 어셈블리, 댐퍼 풀리 외, 아픔을 잊게 해주는 친구, 드림카 234호, 강대천 씨 이야기

 

먹골배가 유명하다는 남양주시를 찾았습니다. 태어나서부터 남양주 토박이로 살고 있는 강대천 씨를 만나기 위해섭니다. 아니나 다를까, 대천 씨는 남양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살았고 친구도 다 여기 살고 아이들도 여기서 키웠죠. 그래서 저는 여기가 정말 좋습니다.” 휠체어에 앉아 최근에 있었던 이야기부터 조곤조곤 들려주는 대천 씨. 방 안에는 아이들 사진도 군데군데 붙어 있습니다. 사랑이 넘치는 대천 씨의 사는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활동적인 그에게 찾아온 뜻밖의 사고, 남양주에서 태어나 평생 살아온 대천 씨는 활동적인 성격에 집안에 있기보다 여행하고 운동하기를 즐겼다고 합니다. 활달한 그의 곁에는 언제나 친구들이 많았고, 여럿을 리드하며 새로운 운동을 체험하러 가거나 여행계획을 짜서 전국을 두루 다니곤 했습니다. 그랬던 대천 씨에게 뜻밖의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1998년 친구들과 등산을 떠났을 때였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등산 중에 밧줄을 타고 오르는 코스가 있었는데, 높이가 3m 정도로 별로 높지 않았기 때문에 더 방심했던 것 같아요. 친구가 앞서고 내가 뒤따르며 밧줄 타고 오르는데 서로 장난을 좀 쳤죠. 그러다 둘 다 동시에 떨어졌어요. 친구는 그냥 넘어지고 말았는데, 제가 떨어진 곳에는 큰 돌이 있었어요. 그 돌이 등에 박혀 척추가 부러지고 신경을 다쳐 결국 하반신이 마비됐어요.”

 

대천 씨는 흉추 3번 신경을 다쳐 가슴 아래로 감각이 없습니다. 방심한 틈에 하반신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하반신마비는 감각이 둔해지고 움직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끔찍한 고통도 동반하는 증상이 있습니다. 다리가 너무 아파 정기적으로 약을 먹어야 하고, 약을 먹으면 졸음이 오는 악순환이지만 대천 씨는 통증을 잊기 위해 다른 일에 집중하며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냅니다. #계단 앞에서의 깨달음, 평생 휠체어를 타야 한다고 선고 받았을 때 평소 활동적이었던 대천 씨는 상심이 매우 컸습니다. “‌이제와 생각하면 부끄럽지만, 정말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어요. 휠체어에 처음 앉던 날, 양손으로 휠체어를 밀어 움직이는데 처음 든 생각이 죽을 장소를 찾아보자는 거였죠.” 휠체어를 힘겹게 끌고 나온 대천 씨는 병원 안에서 아주 긴 계단을 찾았습니다. “‌여기서 떨어지면 죽겠구나, 그럼 이 고통도 끝이겠구나 싶었죠. 신변정리를 한 다음 이곳에 와서 죽어야겠다 생각하고 다음날 다시 찾았는데, 그곳에 나와 똑같은 시선으로 계단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어요.”깜짝 놀라 말을 걸어보니 그 사람도 대천 씨와 같은 생각으로 찾아온 환자였습니다. 게다가 그 환자는 이미 그 계단에서 한 번 굴러본 적이 있었는데, 죽진 않고 몸이 더 아프게 됐다며 대천 씨를 만류했습니다. “‌이미 계단에서 구른 사람이 죽지도 않고 오히려 더 아프기만 하다는 말을 하니 갑자기 허탈해졌죠. 그리고 하루하루 죽을 고민만 하던 제가 부끄러워졌어요. 그리고 죽는 것도 참 어렵다고 느껴졌고, 그 순간 어차피 죽기 어려운 인생이라면 행복하게 잘 살아봐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힘겨웠던 순간을 공유했던 그 환자와는 그 때부터 친구로 지내고 있습니다. 연락을 주고받고 일 년에 몇 번씩 만나 서로 용기를 북돋워주는 그 친구는 대천 씨에게 든든한 응원군입니다.

 

#자동차만 있다면 어디든 간다!, 대천 씨가 퇴원한지 얼마 안 됐을 때였습니다. 집으로 방문한 누나가 자동차 한 대를 가져왔습니다. 하반신마비 환자가 자동차를 운전해 병원에 온 모습을 본 누나가 대천 씨를 위해 자동차를 마련한 것이었습니다. “‌누나가 자동차를 가져왔을 때는 허리에 힘도 안 들어가고 운전이 잘 안 되었어요. 하지만 안전벨트를 꽉 메고 열심히 연습했죠. 자동차가 내 희망이라는 일념으로 버텼고, 스스로 운전해 복지관에 다니고 여러 가지 활동을 시작했어요.” 또한 자유롭지 않은 하반신을 상반신만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탁구, 배트민턴, 수영, 양궁을 시도한 대천 씨. 그중 탁구 실력이 뛰어나 전국체전에 경기도 대표로 출전도 했습니다. 운동을 하며 자신감을 얻은 대천 씨는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다니며 다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운전만 된다면 어디든 갈 수 있으니까요. 서울에 있는 자립생활센터에서 이동서비스담당을 맡아서 다른 장애인들 이동할 일 있을 때 지원을 다녔어요. 컴퓨터자격증도 여러 개 따서 거동이 어려운 장애인의 집으로 찾아가 컴퓨터를 가르쳐주는 방문 강사 일도 했습니다. 이렇게 다시 취직을 하고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는 자체로 행복하고 보람되죠.” 그는 지금도 컴퓨터 방문 강사 일을 하며 틈틈이 포천에 있는 복지관을 찾아 어르신에게 탁구를 가르칩니다. “‌다들 나이가 많은 데다 몸이 불편하니 탁구 자세가 잘 안 나오거든요. 그래서 배우다 잘 안 되면 ‘네가 못 가르쳐서 그렇다’며 자꾸 제 탓을 하시는 거예요. 제 탓은 그렇게 하면서 자꾸 참기름, 들기름, 나물 같은 거 갖다 주시고 된장, 고추장 담가주시는 걸 보면 정말 웃음이 나옵니다. 하하하!”

 

#드림카 234호 이야기, 이렇게 유쾌하게 지내는 대천 씨는 자동차가 있기에 굽이굽이 누비며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지낼 수 있었습니다. 수시로 하반신에 극심한 통증이 찾아오지만 운전하는 동안은 통증을 잊고 즐거워진다고 합니다. 대천 씨에게 자동차는 아픔을 잊게 해주는 친구와 다름없습니다. 그 소중한 자동차에 몇 해 전부터 이상신호가 감지됐습니다. 잦은 브레이크 밀림 현상 그리고 시동을 켜면 굉음이 일었습니다. “‌그토록 운전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자동차에 이상이 있으니 불안해서 바깥에 나가는 게 어려웠어요. 비용 때문에 하루하루 정비를 미뤘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운전하는 게 쉽진 않았어요. 마침 드림카 프로젝트 포스터를 보고 신청하게 됐습니다. ”드디어 정비를 마친 차를 받던 날, 정비소로 찾아온 대천 씨는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합니다. 정비소에서 마무리까지 꼼꼼하게 점검하고 정비내용을 설명하는 동안 대천 씨의 눈이 반짝입니다. 그동안 소음과 브레이크 밀림을 유발하던 부분들이 말끔히 수리되었습니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정비내용을 들은 대천 씨가 차에 올라 한 바퀴 운전해봅니다. 이제 튼튼해진 자동차를 타고 포천의 어르신들과 탁구 대결을 떠나야겠다며 싱글벙글한 웃음을 짓습니다. 그 밝은 얼굴을 마주하며 대천 씨의 보물 1호인 자동차와 함께 지금처럼 즐거운 나날만 가득하길 기대해봅니다.

 

“‌하늘을 날아갈 것 같아요! 이렇게 운전이 편해지다니요.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