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카 스토리

Story of Dreamcar

혼자가 아닌 삶 조영철 씨 이야기

  • 2023.04.20

혼자가 아닌 삶 장애유형 : 지체장애, 드림카 222호, 조영철 씨 이야기드림카 222호의 주인공 조영철 씨는 자동차를 타고 동네 구석구석을 누비는 광주의 활동가입니다. 조곤조곤 이야기하다가도 연신 수줍은 웃음으로 끝을 흐리는 모습을 보면 한없이 조용한 사람 같지만, 사실은 운동도 좋아하고 여러 모임에서 리더도 도맡아 하는 에너자이저입니다. #집 안에서 세상 밖으로 “저는 시골에서 자랐어요. 죽세품으로 유명한 담양이요.” 자신의 고향 담양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 영철씨는 4살 때 소아마비를 앓게 된 후로 걸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또래 친구들과 다르게 학교에 가지 않고집에서 줄곧 어머니와 지내며 아버지의 일을 도왔습니다. 아버지는 늘 ‘사람이 바깥에 나가야 친구도 만나고 장가도 갈 수 있다.’ 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 아버지의 바람대로 저는 순천에 있는 병원에 갔다가거기 계신 직업 보조사를 통해 기술원을 들어가게 됐어요. 거기서 6개월 동안 옷을 만드는 기술을 배웠습니다.” 재단 기술을 갖게 된 덕분에 영철 씨는 타월 공장과 세탁소 수선 일을 병행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바람이 이루어지기라도 하듯, 첫 직장을 가졌을 뿐 아니라 인생의 소중한 인연인 친구와 배우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후로도 영철 씨는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비디오 헤드를 만드는 공장에 취직해서 10여 년 간 근무했고, 구두 수선집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힘든 나날도 있었지만, 오랜 시간 집 안에만 머무르던 영철 씨에게 바깥세상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일을 할 수 있는 행복한 곳이었습니다.#소중한 땀방울, 즐거운 땀방울 현재 영철 씨는 전라도 광주에 있는 장애인작업장에 근무하고 있습니다.작업장은 지적장애인과 발달장애인들이 함께 일하는 곳으로, 자동차와 에어컨 등에 쓰이는 부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곳에 근무하는 영철 씨는 두 아들과 아내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가장입니다. 영철 씨는 작업장 외에도 지역 센터에서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센터의 소장님과 친분을 갖게 되어 센터에서 주관하는 다양한 사업을 돕게 되었다고 합니다. “ 제 경우는 장애인의 인권을 위한 활동을 주로 했어요.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 조성을 위해서도 일했고요.” 사랑하는 가족과 장애인 이웃을 위해 밤낮 땀 흘린 슈퍼맨 영철 씨. 영철 씨는 현재 장애인배드민턴클럽 회장으로 활동하며, 자신을 위해 즐거운 땀방울도 흘립니다. “ 제가 스포츠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일주일에 두 번은 동네 체육관에 가서 배드민턴을 치고, 주말에는 클럽 회원들과 함께 운동을 해요. 전국적으로 대회가 자주 있는데, 회원들을 데리고 각종 대회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타고난 순발력과 운동신경을 지닌 영철 씨는 배드민턴을 시작하고 3년째 되던 해에는 전국 대회에서 3등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영철 씨는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 운동할 때 잡념이 사라져서 좋아요. 스트레스도 풀리고요. 30년 동안 집에서만 있었으니까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대외활동을 하는 게 즐겁죠.”#가족과 이웃을 연결해주는 자동차 영철 씨는 운전을 시작한 지 20여 년이 되어갑니다. 거동이 불편한 영철 씨에게 자동차는 너무도 중요한 이동수단입니다. 학교에도 갈 수 없을 만큼 바깥 생활을 잘 하지 않았던 영철 씨도 운전학원 만큼은 열심히 출석하려고 했습니다. “ 시골에서 운전을 배운다는 걸 처음에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동네 지인분의 도움으로 외진 마을에서 시내의 운전학원까지 통학을 할 수 있게 되었죠. 학원에 자주 갈 수는 없었지만 계속 도전해서 세 번 만에 운전면허를 따게 되었어요.” 영철 씨는 자동차를 타고 출퇴근은 물론, 일주일에 한 번 담양에 계신 부모님을 뵈러 갑니다. 그리고 종종 장애인배드민턴클럽 회원들을 태워 센터로 데리고 가는 일을 자처합니다. 자동차는 영철씨에게 직장, 가족, 이웃을 연결하는 다리인 셈입니다. #드림카 222호 이야기 첫 번째 자동차가 고장이 난 후, 중고로 구입한 두 번째 자동차는 올해로 10년을 달렸습니다. 자동차에 오를 때마다 휠체어를 옮겨야 했기 때문에, 자동차 앞자리의 시트는 몹시 낡고 찢어져 있었습니다. 실내등도 깨지고, 달릴 때마다 덜거덕거리는 소리가 심하게 났습니다. 최근에는 아침에 시동이 걸리지 않아 작업장에 지각하는 일도 생겼습니다. “하루는 자동차 오일을 갈러 갔는데, 사장님이 엔진에서 오일이 센다고 하시더라고요. 수리비를 물어보니 비용이 만만치 않았어요.”당장에 눈에 보이는 문제는 엔진이었지만, 사실 점검에 들어가면 수리해야 할 부분이 더 많아질 게 불 보듯 뻔했습니다. 부담스러운 비용 때문에 고민하던 찰나에, 장애인 커뮤니티에서 드림카 프로젝트 공고를 보고 신청했습니다. “ 드림카 프로젝트 덕분에 그동안 말썽이었던 시트와 엔진, 실내등도 수리했어요. 이제는 달릴 때 새 자동차처럼 안전하고 편안해요.” 영철 씨는 자동차를 타고 가까운 친구들과 경남으로 휴가를 떠날 계획입니다. 장애인 배드민턴클럽 활동에도 다시 한 번 박차를 가하고, 담양으로 달려가 부모님도 찾아 뵐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합니다. “ 그동안 앞만 보면서 달려온 것 같아요. 이제 두 아들이 대학 졸업을 하면 그동안 못 다닌 여행도 아내랑 다니면서 쉬고 싶어요.” 가족과 이웃을 위해 오늘도 기꺼이 자동차를 타고 달려가는 영철 씨. 영철 씨가 머무르고 떠나는 자리에는 언제나 주변 사람을 향한 따뜻한 정이 있습니다. “ 드림카 프로젝트에 선정된 것은 저한테 정말 큰 행운이었어요. 감사합니다.”